괜히 포크로 소시지나 건드리며 한참 생각하던 러셀이 그냥 요즘 여러가지로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하고 운을 뗀다. 아서 청이나 비 주에의 메시지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에 어느 정도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대화의 결론이 어떻게 내려지든, 적어도 그 둘에게만큼은 일찍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높은 확률로 다코타를 통해서─ 언젠가는 알려질 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그들의 설레발이 자신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걸 알게 된다면 상당히 피곤해질 미래가 눈앞에 그려지는 탓이었다. 한 명이나마 그대로 뉴욕에 눌러 앉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물론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도 비밀이다.)
“당신이 항상 물어봤잖아. 내가 왜 당신한테 잘해주는지 모르겠다고.”
“그랬……지?”
“대답을 약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야기가 생각보다 묘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깨달은 다코타가 약간 긴장한 듯 몸을 살짝 움츠러뜨리고 이쪽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한 게 있었나 빠르게 기억을 훑는 듯한 그 표정을 보고 있자면 가장 먼저 황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슬프게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서로가 동등한 관계이기를 바랐으니까. 꼭 한쪽만 아쉬운 것처럼, 그렇게 매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전에 내가 했던 대답이 뭐였는지 기억해?”
“……응.”
- 나는 그냥 당신이 좋은 거야. 동업자라서라든가, 앞으로 계속 지내야 하기 때문이라든가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다코타 크로우포드라는 인간이 좋은 거라고.
지금 전하고자 하는 말은 그때와 거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두 사람이 받아들이는 무게는 훨씬 달라질 것이다. 마음에 부담이 되어 다가올 수도 있고, 지금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어할 수도 있다. 한동안 연락을 끊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 그의 속에 잠재된 두려움이 적어도 아직까지는 완전히 가시지 못했다는 것을 러셀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마주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