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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이잉, 지잉, 러셀이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또다시 휴대폰이 여러 번 짧은 진동소리를 냈다.

  “…….”

  화면 상단엔 새로운 메세지 알림이 떠 있었지만, 러셀은 그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알림을 지워버리고 아예 설정을 무음으로 변경했다. 메세지 발신자의 이름에 적힌 것이 ‘아서 청’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시각 오전 6시 25분. 뉴욕과 런던의 시차를 생각하면 그쪽은 오전 1시 30분 정도일 텐데, 평소엔 연락 하나 없었으면서 그 시각까지 잠도 안 자고 이런 쓸 데 없는 메세지를 보내는 걸 보면 참 남의 일에 참견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거나, 일이 없어 너무 심심한 나머지 아무나 붙잡고 괴롭히며 즐기고 싶은 거거나 둘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었다.

  러셀은 아예 휴대폰 화면을 끈 뒤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평소의 기상 시각보단 훨씬 이른 시간이지만 다시 잠이 올 것 같지도 않고, 온다 해도 다시 잠들기엔 애매한 시간이라 이왕 이르게 일어난 대로 아침에 다코타와 둘이서 배를 채울 소시지와 베이컨이나 몇 개 미리 준비해두기로 한 것이다.

  그가 방을 나서면, 집안에 흐르는 공기는 조용할지언정 차갑지는 않았다. 2층 단독 주택이라는 넓은 구조의 집에 홀로 살면서도 평소에 워낙 이동이 적은 탓에 방송 용 방과 침실 외의 공간에는 생활 흔적이 거의 남지 않는 장소였지만, 이 집에서 다코타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 뒤로는 가구 배치, 디자인 등 큼직한 인테리어부터 자잘한 장식까지 그의 손을 타지 않은 부분이 없어지면서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런 포근한 느낌이 어색하게 다가왔으나, 이제는 익숙한 공기를 헤치고 자연스레 부엌으로 발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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